고통받는 서민 걷어차는 국회[이관범의 시론]

운영자 ( 2024.01.30) , 조회수 : 665       ▶▶ 문화일보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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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국회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1월 27일부터 5∼49인 영세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되면 줄 폐업 위기에 몰릴 것”이라는 83만7000여 영세 경영인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대로면 다 죽는다”며 중처법 적용을 마지막으로 1∼2년 더 유예해 달라고 호소를 했지만, 국회는 관련 법 개정안을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본보가 입수한 중소기업 정책 민간 연구기관 파이터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처법을 5∼49인 사업장에 확대 적용할 경우 해마다 1만1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수치 자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보일 수 있겠지만, 영세 근로자의 실직은 생계 자체를 위협받는 것이라는 점에서 경중이 다르다. “처벌을 피하고자 5인 미만으로 인원수를 줄이고 한솥밥을 먹어온 식구 같은 직원을 내보내야 할 판”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행된 지 사흘이 됐지만, 본인이 중처법 적용 대상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속출하는 등 현장은 대혼돈 상황이다. 본지 기자와 만난 한 식당 주인은 아르바이트생을 여럿 쓰기 때문에 5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상용·일용 등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사업장에서 5인 이상이 일하면 중처법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모르는 대답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이 같은 상황을 내버려 둔 채 뒤늦게 법 개정을 호소하며 뒷북을 치는 정부에도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여야는 모두 민생을 챙긴다고 외치지만, 4·10 총선을 앞두고 표 계산에만 골몰하고 있다. 야당은 여당이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민생을 외면한다고 비판하고, 여당은 야당이 노동계 표를 의식해 무리한 요구를 한다며 책임 공방만 반복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가 주도하는 노동계는 서민경제의 현실과 고통에 눈 감은채 “유예는 안 된다”며 원론적인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그야말로 바닥 경제는 최악이다. 오는 2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조차 영세 경영인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여야와 노동계 모두 서민경제를 지옥으로 등 떠민 책임을 심판받을 때가 곧 닥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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