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처음 도입해 문재인 정부가 확산시키려는 제로페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취지가 좋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제로페이는 취지도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자본주의를 조장하고 시장경제를 무너뜨리고 내수를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제로페이의 본질에 대해 접근해봤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수단으로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다. 2018년에 시간당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6.4%나 올렸고, 2019년에도 10.9%나 인상했다. 최저임금이 2년 동안 급등하자 한계 상황에 직면한 소상공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카드수수료를 제로화 하는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제로페이는 고객과 가맹점 간 계좌이체로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이 결제 시스템을 활용하는 가맹점에 부과하는 수수료는 가맹점의 연 매출에 따라 다르다. 가맹점의 연 매출이 8억 원 이하일 경우에는 수수료가 없다. 8억 원 초과 12억 원 이하일 경우에는 0.3%의 수수료를 부과하며, 12억 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0.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결제하는 소비자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중략)
우리 현실 모르고 하는 소리
이렇게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은 내수 증진에 큰 역할을 한다. 따라서 신용기능이 없는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을 활용해 신용카드 결제를 대체하겠다는 정책은 최근의 경제난 상황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
일부 제로페이 옹호론자는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 아닌 현금성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으로도 내수 촉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신용카드 비중은 37.5%에 달한다. 23개 분석 대상 국가 중 가장 높다. 이렇게 신용카드 비중이 높아진 이유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화폐금융’ 부분에 나와 있듯이, 각 개인의 신용정보를 잘 파악할 수 있을 때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지불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개인마다 주민등록번호가 있고 ICT기술이 발달해 있다. 이에 따라 국가와 금융기관이 개인의 신용정보를 잘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선 신용카드 이용 수준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각 개인의 신용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현금성 '알리페이’가 발전했다.
정부는 오프라인 시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시장에까지 제로페이 결제를 확산시키려고 한다. 이런 정책은 민간 시장가격을 교란하고, 내수 촉진에 필요한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을 잠식시킬 것이다. 정부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심도 있게 재검토해야 한다.
신동아 2019년 6월호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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