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20대 청년 A씨는 얼마 전 6개월간 일하던 커피숍에서 해고당했다. 그런데 기분 나빠 하기는커녕 오히려 싱글벙글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잘렸기’ 때문이다. 해고당하기 전 그는 커피숍 주인에게 자기를 해고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청소를 제대로 안 하는 등 근무를 게을리했다. 보다 못한 주인은 그를 해고했다. A씨는 4개월 동안 더 많은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쁜 마음으로 퇴사했다.
(중략)
국민에게 날아들기 시작한 '세금 청구서’
이렇게 재정적자가 발생하면 국가 채무가 덩달아 늘어난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수준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약 36%를 유지해오다 2019년 38.1%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이전이다. 긴급 재난 상황으로 둘러댈 수도 없는, 명백한 경제 정책의 문제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그 핵심 수단인 최저임금 급상승과 구직급여 확대 등의 여파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근거다.
빈 곳간은 누군가가 반드시 채워 넣어야 한다. 그 '누군가’는 바로 국민이다. 우선 고용보험료와 각종 세금이 올라간다. 데이터가 가용한 가구당 월평균 사회보험료 변화율을 보면 청구서가 날아들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보험료는 고용보험료, 건강보험료, 산재보험료를 포함한다.
가구당 월평균 사회보험료는 2016년 1분기에 12만9734원으로 전년 동기(12만5343원) 대비 3.5% 증가율을 보였다. 2017년 3분기는 13만6574원으로 2016년 3분기(13만3009원)보다 2.7% 늘었다. 특이할 게 없는 완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2018년 2분기에 15만5909원으로 전년동기(13만6062원) 대비 14.6%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2019년 10월 구직급여제도 확대 후인 2019년 4분기에 16만9513원으로 전년 동기(15만3967원) 대비 10.1% 증가세로 반전했다.
정부가 늦게나마 고의성 있는 반복 수급자를 통제하겠다고 나선 건 바람직한 조치다. 그러나 임시처방이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최저임금보다 최저구직급여가 더 많고, 일해야 하는 최소 기간(6개월)과 구직급여 최소 기간(4개월)의 격차가 짧아진 데 있다. 특히 이는 한창 일해야 할 청년층에 굳이 일자리를 찾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따라 평균임금이 늘면서 구직급여 지출이 단기간 급증하면 고용보험기금의 안정적 대응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금 안정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가 재정의 건전성 문제로 이어진다. 기금 적립금이 바닥나면, 보험료를 올리고 세금으로 부족분을 메우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국민을 현혹하는 조삼모사(朝三暮四)는 언젠가 민낯이 드러나게 돼 있다.
-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 원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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