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정주의 경제이야기] 법인세를 감면해도 왜 일자리는 늘지 않을까?

[공감신문] 라정주 칼럼니스트= 기업을 대표하는 단체로부터 법인세를 감면하자는 주장을 종종 듣는다. 법인세를 감면해주면 기업들은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인세 감면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센티브가 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법인세 감면으로 당기순이익이 더 많아진다고 해도 일자리를 늘리지 않거나 오히려 줄이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법인세 감면은 기업의 배만 불리는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주장하는 사람들에 따라 법인세 감면이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영향은 상반된다. 이렇게 상반된 주장을 하게 되는 원인은 뭘까? 이에 대한 답은 노동유연성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의 2008년부터 2017년 자료를 활용해 노동유연성 수준에 따른 법인세와 고용 관계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노동유연성이 OECD 국가 중 하위 25% 수준일 경우 법인세와 고용은 비례하지만, 노동유연성이 상위 25% 수준일 경우는 반비례한다. 이는 노동유연성이 낮을 경우 법인세 감면에 따라 고용이 감소하는 반면, 노동유연성이 높을 때는 법인세 감면에 따라 고용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즉, 법인세 감면이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영향은 노동유연성 수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법인세 감면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수준의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고 있을까?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행한 2019년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유연성 지수는 141개 국가 중 97위다. 특히 노사협력, 정리해고비용, 고용 및 해고 규정 관련 지수는 각각 130위, 116위, 102위로 매우 저조하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노사 간 협력이 잘되지 않고, 정리해고비용이 많이 들며, 고용 및 해고가 쉽지 않다. 이런 수준의 노동유연성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법인세를 감면해줘도 일자리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