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기고] 가업(家業) 상속이 국가 경제에 주는 선순환 효과

운영자 ( 2021.04.29) , 조회수 : 1,030       ▶▶ 월간중앙 (바로가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상속세 문제가 세간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고(故) 이건희 회장은 주식, 부동산, 미술품 등 22조원대 유산을 남겨 상속세만 무려 11조~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4월 30일까지 상속세 신고를 해야 한다. 전체 상속세를 6년간 나눠 내는 연부 연납제도를 활용하더라도 삼성 일가가 올해 내야 할 상속세만 2조원이 넘는다.


세간의 관심은 삼성 일가에서 상속세를 낼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우선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삼성 계열사 지분에서 나오는 배당이다. 2020년 삼성전자로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약 1250억원,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관장은 약 1600억원을 배당받았다. 이 회장 몫의 배당은 약 7400억원이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전자 지분이 없다. 이 배당금을 활용하더라도 매년 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 부회장은 4년째 무보수로 일하는 만큼, 배당을 제외하고는 다른 수단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그렇다고 이 부회장이 보유한 회사 지분을 매각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0.7%, 삼성물산 17.3%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장으로부터 상속받게 되는 지분은 삼성전자 4.2%, 삼성생명 20.8% 등이다. 이전 '엘리엇사태’에서 보듯 외국계 투기 자본 등의 공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그룹의 핵심인 전자·생명·물산의 지분을 처분하는 것은 경영권에 위협이 되는 큰 부담이다.


이 회장이 소장했던 고가의 미술품을 파는 것도 상속세 재원 마련의 방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 미술계에 따르면 모네의 '수련’ 등을 해외 미술 시장에서 팔 경우 1000억원 이상의 값어치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이 회장이 소장한 미술품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기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많은 걸작과 문화재급 유산이 국외로 반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건희 떠난 삼성가(家), 상속세만 최대 13조원


일부에선 미술품의 국외 반출을 막으면서 상속세 문제도 해결해주자는 취지에서 미술품을 '물납’으로 받아주자는 의견도 나온다. 한마디로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대신하는 것이다. 실제 이광재 국회의원은 2020년 11월 미술품 물납이 가능하도록 하는 상속세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다. 미술품 물납은 삼성을 위한 특혜라며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돈을 빌리는 방법뿐이다.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대표이사, 이서현 이사장 등 삼성 오너 일가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최근 금융회사로부터 수천억원 규모 신용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고 했지만, 증권사 중 삼성 오너 일가가 필요한 금액을 대출할 여력이 있는 곳이 없었다. 최근 개미 투자자들이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서 대출을 많이 받은 탓에 증권사마다 그 한도가 거의 소진됐기 때문이다.


막대한 상속세는 삼성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할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그룹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삼성의 상속세 이슈가 국가 경제에 끼칠 파급력 또한 작지 않다. 최악의 경우 막대한 대출금 부담으로 경영이 악화해 계열사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삼성의 상속세 문제가 더는 오너 일가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중략)


그리스 사례뿐만 아니라 앞서 살펴본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최대 50%에 달하는 기업 상속세율을 굳이 현행대로 고집하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기업 상속 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기업 상속공제제도가 있다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사전 요건과 사후 요건이 까다로워 혜택을 받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더 많은 강소기업이 등장할 수 있도록 하려면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구나 요즘처럼 청년 고용 절벽 시대에 기업 상속제 개선은 민간 기업의 자발적 경제 회복 참여를 유도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장(경제학 박사) ljj@pi-touch.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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