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정치 포커스] 문재인 대통령 연설문 팩트체크

운영자 ( 2019.04.01) , 조회수 : 866       ▶▶ 중앙일보 (바로가기)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습니다.” 

  

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의 한 대목이다. 이 발언은 ‘경제적 불평등’, ‘가장 극심한 나라’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 말은 사실일까. 우리나라의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강조하기 위한 취지겠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대통령의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소득 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는 지니계수다. 0에서 1 사이의 값이 커질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2017년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0.355였다. OECD 35개국 중 31위다. 우리나라보다 양극화가 심한 나라에는 미국·터키·칠레·멕시코가 있었다. 부의 불평등이 심한 편에 속하긴 하지만 ‘가장 극심한’ 나라는 아니다. 대통령의 수사가 현실을 지나치게 과장한 것이다. 

    

이처럼 대통령의 공식 발언과 연설들이 팩트에 어긋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다 보니 관계되는 현실을 극단적 상황으로 보이게 끔 말로 치장하는 것이다. 일부는 정치적 수사의 차원을 넘어 왜곡에 이르거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맞다, 틀리다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정도로 모호한 경우도 있다. 

   

대통령이 현실을 정확히 모르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참모들이 객관적인 상황을 숨기고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팩트를 끼워 맞추거나 왜곡 해석한다는 비판이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현실과 괴리되기 시작하면 정책의 결과는 목표와 매우 큰 오차가 벌어진다. 우주로 쏘아 올리는 로켓의 각도가 아주 미세하게 틀어져도 도착점에선 매우 큰 오차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참사가 빚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참모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중략)


참도 아니고, 거짓도 아닌 ‘전략적 모호성’ 


지난해 12월 31일 민주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 실패’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며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문 대통령은 “예를 들어 올해(2018년) 소비는 지표상 좋게 나타났다. 하지만 (언론에서) 소비심리 지수의 지속적 악화를 얘기하며 소비가 계속 안 되는 것처럼 일관되게 보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가 상당히 견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국민들에게 사실 그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했다. 

   

소비가 ‘견조하다’는 인식은 당시 경제 상황에 비춰볼 때 맞다고 보기 어렵다. 통계청의 소매판매액 지수 증가율을 보면 지난해 7~8월에는 5%대를 유지하다가 9월에 0.5%로 제동이 걸렸다. 추석이 끼어있는 10월에 다시 5.1%로 반등했지만 11월에 다시 1.0%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민간소비 증가율도 1분기에는 3.5%에서 2분기 2.8%, 3분기 2.5%로 떨어졌다. 

    

당시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최근의 내수 경기는 호황과 거리가 멀다. 그런 상황에서 지표가 높게 나왔다면 고소득층 소비만 늘어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인지 분석부터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의 지적대로 올 연초에 나온 통계에서 고소득층의 실질소득은 크게 늘고 저소득층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체 평균 수치만 놓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청와대의 인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처럼 청와대와 문 대통령의 발언들은 완전히 거짓으로 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정상적인 평가로 보기도 어려운 모호함 속에서 논쟁을 양산하고 있다. 일부에선 이를 ‘전략적 모호성’으로 보기도 한다. 전략적 모호성이란 개념은 박근혜 정부 때 나왔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 등 갈등이 고조됐을 때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방의 편을 들기 어려운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전략적 모호성’을 택함으로써 미국과 중국 모두와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었다. 

   

정부 의도대로 국가적 관계 파탄은 면했다. 하지만 민간의 손실이 상당했다.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의 효과를 누리는 동안 중국 진출 기업들은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 벗어나지 못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경제학 박사)은 “정부의 레토릭이 명료하지 않을 때 불확실성의 늪은 우리 사회를 잠식한다”면서 “정부로선 정책의 정당성과 명분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나, 실질적인 영향을 받는 민간 부문과 국민이 체감하는 상황과 괴리가 커질 경우 오히려 정부 정책의 동력이 한순간에 상실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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